김여정, 백두혈통 최초 방남.. 평창올림픽 참여
김여정이 백두혈통으로써는 최초로 방남을 하였습니다.
오늘(9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오후 1시 30분 전용기를 통해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방남했습니다.
백두혈통(김일성 가문) 일원의 방남은 헌정 이래 최초의 일이다. 김여정은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 후 10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뒤 11일 귀국한다. 김여정의 이번 방남에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김여정은 왜 이 시점에 방남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일까. 또 김여정의 이번 방남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여정 방남의 앞과 뒤를 추적해 봤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총 네 명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그리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9일 오후 1시 30분경 전용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으며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간다.
단장은 김영남 위원장이지만, 역시 국제사회의 이목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게 향하고 있다. 일단 김여정이 이번 대표단에 어떤 자격으로 포함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명분과 자격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2015년 9월 본지 연재를 통해 김여정이 오빠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담당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여정은 북한의 다른 고위인사들과 달리 각종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다만 필자는 당시만 해도 그가 당 서기실과 조직지도부의 일원으로 그와 같은 일을 담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복수의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여정은 지난 2014년 2월 당내 새롭게 조직된 정식 부서의 제1부부장에 정식 임명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비로소 확인됐다. 이른바 행사 전문전담 부서인 ‘행사부’다.
행사부는 중앙당 정무국(예전 비서국)의 엄연한 전문부서로 신설됐다. 앞서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행사부는 기존 선전선동부의 행사과가 모체가 되고 당 서기실 행사과와 당 6처 행사담당 부서 등 각 당 주요기관 행사 담당 요원 30~40명을 차출해 새로이 조직됐다고 한다. 행사부는 ‘부장’ 직함이 없으며 김여정이 맡고 있는 행사부 제1부부장이 사실상 부서의 최고 수장으로 확인된다.
참고로 북한 중앙당 내 정식 부장이 없는 제1부부장 격 직급이 부서장으로 되어 있는 전문부서가 있다. 즉 북한 김씨 가문의 사적인 통치자금만을 전적으로 맡은 39호실, 북한 당의 역사를 정리 및 연구하는 당역사연구소, 당 하부조직에서 제기되는 각종 민원을 담당하는 신소실 등이다.
이 부서장들인 39호실장 및 당역사연구소장이나 신소실 실장 모두 당내 일반 부부장보다는 높고 부장보다는 한 급 낮은 제1부부장 대우 급 정무국 부서장이다. 바로 김여정은 이러한 직급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아마도 북한 당 역사적으로 20대에 이러한 직급을 수행하는 인물은 김여정이 처음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행사부는 철저하게 김여정을 위해 신설된 부서다. 오빠 김정은은 각종 현지지도 및 크고 작은 행사에 직접 나서야 하는 최고지도자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행사를 근거리서 보좌해 줄 인물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김여정이 나서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적절한 직제와 명분이 요구되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김여정의 당 행사부라는 것이 앞서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편으론 장성택 행정부장 숙청 후 행정부가 폐쇄된 후 행사부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김여정은 본인의 직분을 넘어 호위총국 내 최측근 경호대의 경호간부 선발까지 관할하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필자는 김여정이 이번 대표단에 포함된 것 역시 이 같은 행사부 제1부부장이란 자격으로 임한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선수단은 물론 예술단과 응원단 등 각종 북한 방남 인원들의 이벤트가 기획됐다. 김여정의 행사부 제1부부장 직함은 분명 북한 내부에서도 방남 명분으로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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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여기에 김여정의 방남에는 본인 의사가 적극 반영됐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김여정은 그동안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노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만큼 내부에서도 김씨 가문 인사 중 가장 적극적이고 쾌활하며 튀는 인물로 회자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전 세계 이슈가 집중되는 빅 이벤트에 직접 참여해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했을 여지도 충분하다.
다만 남측 정상과 마주하는 계획이 포함된 지극히 신중한 행사에 경륜과 경험이 부족한, 게다가 직선적 성향의 김여정을 대표단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북한 고위급 안에서도 상당한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실적으로 북한 내부 고위급 간부들 사이에선 앞서의 월권행위 등으로 김여정에 대한 평가가 대단히 박한 것으로 보고된다. 무엇보다 행사부 자체가 특별한 성과가 요구되는 곳도 아니고,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도 아니다. 굳이 전문성을 논하자면 선전선동부가 있다.
김여정은 특유의 적극성 탓에 주변 간부들과 충돌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이런 김여정을 어렵고 중요한 자리에 보내야 하는지를 두고 북한 수뇌부의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소’ 여동생 김여정을 남으로 보낸 김정은의 결단 역시 숙고해볼 부분이다. 아직 김정은 친서 전달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가장 믿고 신뢰하는 친동생을 남으로 보낸 것은 남측에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김여정의 방남은 북한이 급하고 절박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방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김정은은 이번 방남과 남측 최고지도자 접견을 통해 돌파구를 구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거센 대북 압박 속에서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서 억류돼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났지만 결국 생을 마감한 미국 대학생 고 웜비어의 부친을 이번 방한 길에 대동했다. 이와 함께 펜스 부통령은 탈북민들과 접견도 예정돼 있다. 이는 미국의 명명백백한 ‘대북 압박’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여정을 비롯한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남과 접견은 우리 정부가 잘 풀어내야 하는 중요한 숙제라 할 수도 있다. 외교정책의 단순한 실책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메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처::일요신문>